인턴 생활도 이제 2/3이 지났다. 어쩄거나 이번 주 월요일 기사를 끝내고 나는 내 할 일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주말은 이곳 저곳 새롭게 시작할 곳을 알아봤다. 역시 나는 계획적이고 전략적이다. 요즘은 이게 썩 좋지만은 않다. 받아야 할 스트레스 이상으로 지나치게 디테일한 것에 빠져 이것저것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 전에 써놓은 글을 보니 나는 역시 타인과의 다툼, 분노, 거절에 무척 약하다. 오늘 겪은 불화 때문인 탓도 있지만, 누가 나를 거절하지 않게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그건 평소의 나를 완전히 기만하는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적어 놓을 나는,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이고 오만하고 원하는 것은 온갖 전략을 써서 얻고야 마는 냉혈한으로 그려놓았는데, 실상은 거절 당하는 게 너무나 두려운 어린 양에 불과한 것이다. 그 이유의 절반은 여유라는 것을 금전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럴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여유로워지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을 해야했다고 믿었고 그래서 사는 게 억울했다.
이게 무슨 횡설수설인진 모르곘지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했던 실전이 다가오니 다시 전처럼 마음이 불안해지고 있다. 해놓은 것보단 하지 못한 것을 곱씹으며 되뇌고 있고, 그것을 언제 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열심히 사는 게 지금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아니,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불안해서 열심히 하는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벼락치기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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