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두 번의 눈물을 흘렸다. 두 번 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본 후였다. 전화도 잘 안 받는 반항 기질 다분한 나지만 그래도 확실히 안다. 나와 내 부모, 가족들 사이에 생기는 그 미세한 감정의 교류를. 그 깊은 울림을. 그걸 책선 또 그것과 연루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나와 같은 눈물을 쏟은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가족과 가족 사이의 이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이것까진 잃지 않고 있다.
이음.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터놓고 얘기할 때 느껴지는 그 따뜻한 느낌. 나는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가 그런 경험들에 비교적 많이 노출된 이유를 몇 개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게 툭 나와버리는 솔직한 감정들도 이유이긴 하지만 가슴이 떨려서 그것을 직접 해본 적이 많다는 게 그 첫째 이유인 것 같다. 눈이 빛나고 가슴이 뛰는 얘기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비교적 많이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 진심이 빛나는 얘기들을 내 글에 담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가족의 테두리 밖에서 그 이음을 경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서글픈 사회다. 가족에겐 내가 겪은 배반의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자녀에게 철갑을 둘러주는 사람들도 많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아예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런 서글픔에선 자유롭지 않다. 출근길 꽉 찬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에게 괜히 짜증도 나고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게 꼭 나의 치부를 들킨 것만 같고 피로가 많이 쌓인 오후 쯤엔 누구의 얘기를 들어도 반론부터 먼저 생각난다. 사람이 싫어지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 이음을 경험했을 때, 적막했던 나의 소우주에 초대할 말벗 하나를 발견했을 떄의 기분. 나는 이게 불안을 건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과거의 불안을 생각한다.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나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혐오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우군을 만나면 내가 그들과 같은 특별한 사람이란 자만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이면 내가 속한 작은 공동체에도 변화를 추동할 힘이 모이지 않을까. 그게 내가 진실을 전하는 사람으로써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오늘의 방 > 오늘의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을 건너는 법 (10) - 행동 (0) | 2015.11.24 |
---|---|
불안을 건너는 법 (9) - 알파 (0) | 2015.11.04 |
불안을 건너는 법 (7) - 뉴스 페퍼민트 스크랩 (0) | 2015.10.15 |
불안을 건너는 법 (6) - 용기와 무지 (0) | 2015.10.10 |
불안을 건너는 법 (5) - 체험 (0) | 2015.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