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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방/오늘의 밤

불안을 건너는 법 (10) - 행동

어제는 르포 쓰기 모임에 들렀다. 처음 집회에 참가한 기록을 들고 갔는데 '다른 이의 노동'이란 주제에 맞지 않는다며 잠시 잠깐의 비난을 샀다. 왜 그랬냐고 이유를 찾는다면 뭐, 난 원래 이런 인간이다. 어쨌거나 나 역시 다른 이의 노동을 기록하며 사는 게 하나의 꿈인데, 역시 타인의 삶을 체험하고 행동으로 실천해보는 게 좋은 기록의 출발점임을 어제도 깨달았다. 그래서 모임 내내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도 했고 나는 왜 여태 그렇게 살지 못했나 생각해보기도 헀다. 자꾸 생각하면 또 다시 내 생각은 나를 비난하는 것까지 흐르기 때문에 거기서 멈췄다. 지금까지의 내 삶 역시 최선의 결과물임을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 나는 좀 변했다. 물론 돈 벌이가 적게나마 있는 탓에 영락 없는 백수였을 때보단 꽤 때깔을 내며 다니는 것도 하나다. 여기에 더해 나는 요즘 나를 여전히 자주, 하지만 짧게 비난한다. 자아비판을 시작헀다가도 이내 멈춘다. 어쩔 수 없지 뭐. 앞으로 잘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고 만다. 물론, 자기 합리화로 빠지는 것은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살 필요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것에 있다. 그간의 나는 이론주의자였다. 책 읽는 것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전에는 정말 책만 읽으며 선비마냥 살았다. 하지만 이젠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갈 차례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 지 아직 뚜렷하게 잡히진 않지만, 이번 주 계획은 대강 세웠다. 앞으로도 일생 혹은 몇년 혹은 년 단위의 계획은 조금만 세워야겠다. 어차피 생각한 대로 되지도 않는데 그냥 길어야 이번 주만 잘살자.


어쨌거나 행동하는 게 자아비판을 멈추게 한 제일 큰 원동력이다. 이론으로 가득찬 머리를 들고 다닐 때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논리적 비난에 대한 구실을 찾기 위해 또 다시 논리를 찾고, 이게 악순환이었다. 하지만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달을 때면 이런 내 비난은 논리를 찾을 겨를도 없이 약간의 아드레날린과 함께 사라지곤 한다. 역시 올 초, 내가 방구석에 앉아 지독하게 힘들어 했던 것도 너무 앉아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안 그래도 요즘 회사의 '네임 밸류'라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하고 있긴 한데,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동등한 것을 교환할 수 있는 회사라면 꽤 괜찮은 회사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나는 오랜만에 자아비판이 아닌 자뻑도 해본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일. 불안을 멈추는 딱 맞는 처방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행동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거기엔 진심이 포함돼야 한다. 나만을 위해 사는 일은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한다. 자신의 기대 수준에 맞춰 언제나 상승 곡선을 그리며 사는 일, 그런 자신을 채찍질하며 길들이는 일, 타인보다 후진 자신을 발견하며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일 등등. 걱정할 게 내 삶밖에 없으면 사는 게 이렇게 피폐해진다. 불안을 떨치려면 자신의 주의를 주위로 돌려야 한다. 사람은 또한 사회적인 동물이라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에서 가장 자기 효능감을 느낀다. 이건 누구 박사가 연구한 건 아니고 그냥 내 삶을 비춰봤을 떄 그렇단 얘기다. 청와대 언니가 시위대를 테러 수준으로 진압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공포 정치를 펼칠 기세다. 여기에 불안해하지 않는 건전한 시민이 되려면 그냥 누굴 만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