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GH, JY 그리고 나. 오랜만에 셋이 모여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다른 후회들에 대해 말했지만 어차피 우리 모두가 하는 후회는 똑같다. 부모님께 소홀한 기억, 젊음을 아까워하지 않은 시간, 내 삶의 키를 남의 손에 쥐어주려 한 것.
칼바람을 맞으며, 의도와 목적이 분명한 만남에 자신을 내던지며 모인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래도 내가 지금껏 해보지 않은 생각들을 한 것 같다. 나는 왜 저런 삶에 젊음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젊은 남녀가 서로 부대끼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 않고 서 있는데, 그런 끌림을 왜 나는 유치한 장난이라고만 여겨왔다. 하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 의해 하루에도 몇 번씩 끌리고 및쳐지고 다시 끌어당겨지는 걸.
전엔 이런 생각이 들면 긴장이 풀렸다고, 철이 덜 들었다고 다그치며 바로 속죄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저 그런 삶도 있음을 혹은 그런 것 또한 나의 삶임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토록 빈궁했던 마음에도 이제 조금씩 여유라는 게 깃드는 모양이다. 나는 이제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한 과거보단, 용기가 없던 지난 하루를 후회한다. 몇 달 미래를 걱정하는 일을 잠시 손에 놓은 이후 얻은 수확이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행복의 조건이란 것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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