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 한 주였다. 나는 자주 나를 진정성이라고 정의하곤 했다. 때론 그걸 몰라주는 사람들을 원망하고 야속하게 느꼈다. 진정성을 모르는 천민자본주의에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이라며 속으론 깔보는 마음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전까지 품었던 진정성에 대해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한다. 진정성을 가장 필요로하는 시대라지만 그런 진정성이 소위 명망 있는 곳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그런 곳들에 '필요한' 것일까. 회사의 원리는 단순하다. 그들은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 안정을 생명으로 하는 곳에 진정성 있는 사람이란 때론 체제의 반역자로 읽힐 수도 있다. 진정성이란 자주 개혁을 지향하기 마련이니까.
진정성을 가지고 그 진정성이 필요한 곳에 그것을 제대로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선 자신이 가슴 뛰어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자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 큰 곳, 복지와 보수가 높은 곳보단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필요한 기업을 서치해야 한다. 회사 선배는 내게 '그렇게 매 순간 목표에만 집중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그게 자신의 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독하게 정해진 목표에 자신을 짓이기느라 보지 못하는 다른 기회들도 더러 생긴다. 사실 내가 이전에 품었던 목표도 단순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장 몇 군데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것만큼 게으른 게 또 있을까.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적자와 폐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런 게으름은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보단 대기업 들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게으른 꿈이 돼가고 있다. 부지런한 사람이 되려면 내가 걸어갈 길,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부지런히 자신을 훈육하고 관련 정보를 서치해야 한다. 자기 상태를 점검할 시간도 부지런히 가져야 한다. 삶을 궤적들을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제대로 배열할 수 있는 판단력이라는 것도 꾸준히 트레이닝 해야 한다.
이게 되려면 진이 빠질 정도로 모든 순간에 집중하면 안 된다. 진이 빠지고, 세상 만사 모두 귀찮은 채로 이불 덮듯 하루를 마감하고 덮어버리면 지금 나에 대해 판단할 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란 사람을 파악할 수도, 이런 것들을 종합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힘들어진다. 객관적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일과 여유에 균형을 맞추고 우선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지금은 무엇이든 할 수 없는 몸으로 무엇이든 하려고 애쓰느라 늘 진이 빠져 기운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기운이 없기도 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몸 상태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다. 소진하는 것은 쉽지만 여유로운 것은 어렵다. 그래서 때론 여유로움이란 부지런함의 동의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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