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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방/오늘의 밤

사회는 어렵다

실로 충격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 생활의 시작과 끝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지금까지 거울만 앞에 세워놓고 칼을 휘둘렀는데 거울을 치우고 사람 앞에서 검술을 펼치려니 이게 무슨 부채춤인지 승무인지 알 수 없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오늘 면접은 ? 이다. 뭘 보고 싶었는 지도 ?고 내가 뭘 보여줬는지도 ?다. 뻔한 예상이 맞다면 정말 막말, 자연스러움, 생동감 하나는 넘치는 면접장이었다. 뭐 다른 걸 보고 싶었던 거라면 글쎄 잘한 건지 뭔지 모르겠고 그냥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모든 걸 가지려고 노력하지 말자고 제주도에서 그렇게 부르짖었건만 결국 서울의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아직도 엄마의 기대가 뼈아프게 사무치고 어제까지만 해도 가고 싶던 회사에 물음표가 찍힌다. 지금의 나로 만족하는 것에 오늘도 나는 패배했다.


쓸 데 없는 욕심을 내는 게 제일 어리석은 짓이다. 정말 잘 알 것 같다. 그렇게 멍청한 일이 없다. 앞만 보고 살아야 하는데 과거에 자꾸 기대고 싶고 과거를 보상받고 싶고 이렇게 살아온 과거에 화를 내보고도 싶고 이미 흘러간 과거를 욕심내느라 힘이 들고 아프다.


교훈을 말하고 싶진 않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지 대충은 알고 있다. 근데도 고치는 건 쉽지가 않다.


면접 팁 중에 "30분만 참아라. 그것만 버티면 된다." 란 말이 있었다. 별 말 아니지만 이렇게 와닿는 말이 또 없었다.

욕심이 내 머리 속에 갸웃거리면 1분만, 2분만 잊어버리려고 버티면 될까.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이렇게 어렵다. 나는 내 욕심을 늘 만족시킬 수 있 전능한 사람이 아닌 걸 깨달았다. 또 내가 성공하기 위해선 결국 누군가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그건 남의 선택이지 내 몫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는 어렵다.

면접의 말미에서 나는 또 이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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