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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임기 중·후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야당은 그동안의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회고적 평가를 강조하게 마련이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야당에 대해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태도를 보면 야당은 안중에도 없고, 총선과 관련한 대통령의 1차적 관심은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당내에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개인적 성격이나 인식의 탓도 있겠지만, 오늘날 야당이 서 있는 자리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새정치연합이 정치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오랫동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제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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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 민주적 공고화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정치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갈증에 목이 탈 때는 물 한 잔이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일단 그 갈등이 해소된 이후 사람들은 새로운 욕구를 갖기 마련이다. 민주화가 일단 이뤄지고 난 후 국민은 다른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이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바로 이와 같은 변화한 시대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새 시대의 맏형이고 싶었지만 구 시대의 막내인 것 같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오늘날 새정치연합이 일찍부터 새겨들었어야 할 정확한 지적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가치와 정체성을 형성해 가야 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노무현 시대를 넘지 못하고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2007년 이후 무려 여섯 번이나 당명을 바꿔야 했고, 선거 때면 야권 연대 등 정치공학적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유권자에게 제시할 새로운 가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정치적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젊고 참신한 인물이나 세력의 충원을 통해 당의 면모를 전적으로 일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주도한 어설픈 정치개혁이 이제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당정 분리 등 이른바 원내정당론이 지구당 폐지 등 당 조직을 약화시켰고, 당 리더십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과거처럼 ‘젊은 피 수혈’ 등으로 당의 변화를 보일 수 있는 힘과 권위를 용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호남 출신이든 386이든 할 것 없이 당내 의원들은 모두 제자리 지키기에 급급하고 당은 전체적으로 보수화, 기득권화되었다.
이런 상태로는 내년 총선의 전망 역시 어두워 보인다. 어쩌면 야당을 위해, 그리고 장기적으로 한국 정당정치를 위해서도 새정치연합이 한번 ‘가 볼 데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더 내려갈 곳이 없어야 올라올 길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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