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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음악 인형극을 한다. 공연명은 ‘해지는 아프리카’. 그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만든 곡을 공연에서 직접 연주하고, 인형극·그림자극·마임·샌드아트 등이 어우러진다. 오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다.
“그간 스토리와 음악을 엮은 음악극에 꽂혀 있었어요. 히트곡 위주로 노래하고 농담하듯 멘트하는 콘서트가 재미없었어요. 가수도 내 음악에 맞는 이야기를 함께 연구해 공연을 만들고, 관객에게 잘 만든 콘텐트를 보는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하림은 그간 음악극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1930년대 만요(희극적 대중가요)를 골라 만든 음악극 ‘천변살롱’,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가 함께 월드뮤직을 연주하는 음악극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 등이다.
하림에겐 별칭이 많다. ‘한국의 히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가수’…. 하림은 여행했고,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악기를 가져와 연주했다. 대중가요보다 월드뮤직에 꽂힌 여행자처럼 보였다. 1집 ‘다중인격자’를 내고 떠난 아일랜드 여행에서 그는 음악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일랜드는 길거리 공연자(버스커)의 천국이었다. 하림은 버스커들과 어울려 공연했다. 그는 “좋아서 하는 게 음악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하림은 2집을 낸 뒤 서울 홍대서 거리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산 하얀 마스크를 꼈다. 독일에서 사온 민속악기 드레라이어(바퀴바이올린)만 들고 습관처럼 매일, 1년간 그는 버스커로 지냈다. 한 잡지글에 ‘홍대의 유명 거리 악사’로 소개될 정도였다.
- 앨범 안 낸다는 이야기 너무 많이 들어 지치지 않나.
“앨범 형태로 노래를 발표하지 않아서 그렇지, 꾸준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있다. 내가 하는 노래가 대중가요 시장에서 요구하는 노래가 아니라는 건 안다. 몽골·아프리카에서 만든 노래 부르면 꼭 앙코르곡은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불러야 한다. 사람들이 대중가요로부터 받고 싶은 위안이 뭔지 알겠다.”
- 그게 뭔가.
“사랑이다. 대중가요는 사랑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만큼 가사가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만큼 대책 없이 달달한 게 없다. 생각할 겨를 없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면서 사는 세상에서 필요한 판타지가 사랑인 것 같다.”
하림은 1인 기획사인 ‘아뜰리에 오’를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한다. 아프리카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하고 있는 기타 기부 프로젝트 ‘기타 포 아프리카’, 앰네스티와 함께한 인권 프로젝트 ‘씨크릿 액션’ 등을 기획했다. ‘뼛속까지 음악가’인 하림은 그간 문화 기획자가 돼 예술가들의 선한 의지를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다. 그는 말했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창작자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많아요. 하지만 대중이 그걸 원한다고 믿진 않습니다. 지겹지 않으세요? 같은 노래, 똑같은 기계로 만드는 음악. 조금 긴 호흡으로 끌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저는 만들고 싶어요. 그걸 당신들이 원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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