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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방(기사)

[국민일보 스크랩] ‘인간교육’뿌리내려야 나라가선다


‘인간교육’뿌리내려야 나라가선다/우리의 밝은 내일을위해(신년대담)

[국민일보]|1990-01-01|05면 |정치·해설 |7779자



◎당리당략 정치풍토 국민도 책임/개성세대 “나쁜건 나쁘다”말할 수 있어야/물질만능 가치관ㆍ부동산투기 사라져야/학원ㆍ노사문제 슬기모으면 낙관/한국인 잠재력 대단… ‘백마의 기상’앞세워 세계로 힘차게 뛰쳐나갈 때가치관이 극도로 혼미했던 80년대를 보내고 새로운 90년대를 맞아 본지는 김태길(70ㆍ서울대 명예교수ㆍ철학) 장덕순(69ㆍ서울대 명예교수ㆍ국문학) 두 원로 학자를 초청,신년대담을 마련했다.


□참석자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ㆍ철학>

장덕순 <서울대 명예교수ㆍ국문학>

▲장=경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가 60년만에 돌아온 백말 해라지요. 예로부터 말은 역사를 신화와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신라 건국설화인 박혁거세 신화에도 말이 등장합니다. 「하늘에서 이상한 기운이 내려와 달려가 보니 백마 한마리가 서있었고 그 옆에 있는 알에서 박혁거세가 나왔다」는 내용이지요.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민속에서는 말을 경사를 가져다 주는 영물로 신성시하기도 합니다.

▲김=그렇습니다. 올해는 우리 국토 전체에 백마의 기상이 넘치고 나라의 기운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장=60년전의 경오년,그러니까 1930년은 한창 일본사람들의 세력이 확장될 때였지요. 그때 나는 만주용정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은 것이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김=교육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자식이 대학입시에 떨어졌다고 부모가 비관자살하는 일까지 생겨나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장=그같은 현상은 결국 부모들의 자식들에 대한 과잉보호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김=나 자신도 입시를 꽤 여러번 치렀지만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내가 처리했어요. 시험보러갈 때도 혼자 갔지 부모가 따라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일제시대에는 아예 학교측에서 부모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어요. 부모가 따라와야할 정도로 나약한 학생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장=내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용정에서 내가 다녔던 학교가 그곳에서는 꽤 들어가기 힘든 학교였는데도 합격하고 나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까 『응,그래』하시고는 그만이었어요.

○교육 과보호문제

▲김=그때에는 지금보다 향학열이 낮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대학을 나왔느냐 안나왔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구조가 대학졸업 여부가 개인의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어 진학에 대한 집념이 과열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한 부모의 과보호는 어릴 때 피아노강습 미술교습 과외공부 등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자식이 독립해야할 나이가 된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자식들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려는 것이지요.

▲장=옛날에도 함경도,특히 북청사람들의 교육열은 유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의 향학열은 부모가 아니라 본인들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꺼꾸로 됐습니다. 자신들은 오히려 「대학에 꼭 가야 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데도 부모가 강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반발하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청소년 범죄로까지 연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그렇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나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지요. 그러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더 적합한 사람까지 대학을 안나오면 평생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대학에 가려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이같은 풍토가 고쳐지려면 사회여건이 변해야 합니다.

▲장=그렇습니다. 기술을 배워도 사회에서 대우받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겠지요.

▲김=그렇게 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입니다. 취직할 때 뿐아니라 입사한 후에도 대우나 진급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이 심해서는 안되겠지요.

▲장=정말 교육이 제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모든 사회문제가 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김=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범죄도 너무 지나친 향학열이 충족되지 못하니까 그 좌절감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지난해에는 인신매매단이니 가정파괴범이니 하는 극악한 범죄들이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인신매매만 해도 사람들을 직접 팔아 넘기는 납치범 못지않게 그들로부터 부녀자들을 사들이는 중개인들,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풍조 등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제대로 돼야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김=물론 그렇지만 극악한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데는 치안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집단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조직적인 범죄는 치안의 공백에서 오는 것입니다.

▲장=학원문제나 노사문제 등에 경찰력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과도기적 현상이니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치안부재 문책을

▲김=최근에 「여소야대」 등으로 정권이 취약한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민주정권이라 할지라도 할 것은 해야 합니다. 치안유지를 못한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장=정권이 왜 약체가 됐느냐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국민이 잘못 뽑았기 때문이지요.

▲김=그것도 명답입니다. 「국민이 위대해야 위대한 지도자가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의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국민들도 모두 유권자로서 책임을 나눠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여소야대 정국이라 할지라도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보다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안정되고 훌륭한 정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장=동감입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합니다. 자기 당을 위해 정치를 하려니까 문제인 것입니다.

▲김=예전에 여당이 압도적일 때는 독재가 문제였는데 여소야대가 되니까 이제는 집권자가 제 할 일을 못합니다. 대국적인 견지에서 국민을 위해 대의명분있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장=우리가 조선시대의 당쟁에 대해 비판하지만 지금도 그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려시대의 학자 이규보는 일부에서 한때 아첨 문인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는 정권보다는 「고려」라는 나라를 사랑했기 때문에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당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면 후대에도 욕을 먹지 않게 됩니다. 옛날 선비들은 서로 싸우다가도 백성을 위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자신의 주장을 굽혔습니다.

▲김=역시 국민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뽑지 말아야 합니다.

○양육ㆍ교육 병립을

▲장=그렇게 되려면 교육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김=그렇지요. 참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요즘의 우리 교육은 지식전달에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교육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식을 높은 수준으로 오를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장=그렇다면 역시 인간존중의 교육이 강조돼야겠지요.

▲김=그렇습니다. 인간교육은 대학에서는 어렵습니다. 이미 가치관이 형성된 상황에서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교육은 조기에,가정에서부터 토대가 잡혀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해야할 일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육과 교육이 그것이지요.

옛날에는 부모가 돈이 없어 양육은 잘 못했지만 교육만큼은 잘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반대가 됐습니다. 인간교육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옛날에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가르친 방식대로 자식을 교육해도 순조로왔지만 세상이 너무 급변하니까 갈수록 어려워지는게지요. 부모들조차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가늠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장=무엇보다도 가치판단만큼은 정상화돼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고 「나쁜 것은 나쁘다,옳은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한 것들은 결국 가정에서부터 어른들이 생활로써 가르쳐야 합니다.

▲김=결국은 「선량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만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우면 선량하게 살기도 어렵지요. 사필귀정,즉 사회질서와 현실이 정돈돼야 하는데 「부모말대로 하다보니 늘 손해더라」고 아이들이 생각하게 되면 부모의 말이 무게를 가질 수가 없게 되는 것아니겠습니까.

▲장=기성세대들이 떳떳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기성세대들이 흔들리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한 거지요.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하는 말은 다 옳은 것 같았습니다.

▲김=어른들이 겉으로는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누가 그말을 따르겠습니까. 사회전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책임은 구세대가 져야합니다. 요즘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나 할 것없이 그저 돈 많이 벌어 풍요롭게 살거나 권력에 가까운 지위에 오르는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습니다.

▲장=그렇지요. 최근 우리 사회가 사치풍조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다 그런 물질위주의 가치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그렇지요. 최근 우리사회가 사치풍조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다 그런 물질위주의 가치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호화로운 주택에서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고 권력을 손에 쥐는 것을 잘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지속된다면 교육의 문제도 고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더라도 모든 제도와 사회여건이 그렇게 돼 있다면 개개인의 생각만으로는 고쳐지기 어렵습니다.

○공정분배 급선무

▲장=우선 건전한 소비풍토를 조성하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 많이 하고 땀 많이 흘린 사람이 잘 살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땀 한방울 안흘린 사람이 더 많이 차지합니다.

▲김=일을 많이 하고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분배의 이점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힘들여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못받고 있어요. 육체 노동자들이 정신 노동자보다 대우를 못받는 것보다 더욱 나쁜 사실은 부동산 투기 등으로 조금도 노력하지 않고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장=성경에도 「일 안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정한 분배가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고 국가경제발전도 촉진시킬 수 있는 길임을 당국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김=무엇보다도 부동산투기는 근절돼야 합니다. 토지공개념제도의 정착 등을 통해 그같은 모순들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장=국민의식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제도적 장치없이 의식구조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아래 누워 감떨어 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장=토지공개념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 봐야 하겠습니다.

▲김=요즘의 노사분규나 경제침체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윤을 정당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근로자들이 왜 수긍하지 않겠습니까. 평소에 이윤을 땅투기 등으로 빼돌리지 않고 생산에 재투자하는등 경제발전을 위해 썼다면 「사정이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말이 받아들여질텐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근로자들도 불만이 많은 것입니다.

▲장=그렇습니다. 기업주가 부동산투기 등으로 이윤을 빼돌리지 않고 생산에 재투자하고 복지시설도 해주는 등 눈에 보이게 돈을 쓴다면 근로자들이 왜 그렇게 과격하게 자기몫을 주장하겠습니까.

▲김=그렇게돼야 이윤을 다 나눠줄 수 없다는 설명을 수긍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 경제학자 한 사람을 만났는데 걱정을 하더군요. 지난 몇년동안 임금도 많이 인상됐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말입니다.

▲장=최근에는 유고슬라비아와 루마니아 등 동구권에서 거센자유화물결이 몰려와 역사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김=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그같은 움직임을 대단히 환영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될 일이 있습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잘못됐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과 관계없이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은 우리도 반성해야 합니다. 즉 동구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잘 돼가고 있다고 도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지요.

▲장=동구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인간의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본질적으로는 인간존중사상 입니다. 이데올로기를 사회현실에 적용해 그것이 성공하려면 그 이데올로기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인간상이 형성돼야 합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이기심을 완전히 초월한 인간상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입니다. 현실 사회에서는 좀처럼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장=우리도 동구권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문제나 학생운동 등으로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김=지금까지는 학생운동의 파괴적인 면만 부각된 경향이 있었지만 동구에서나 한국에서나 학생들의 비판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학생운동이 부정적인 결과도 낳았지만 세계를 개혁의 바람으로 몰고간 것이 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4ㆍ19나 6ㆍ29 등에 학생들의 힘이 크게 기여한 것 아닙니까.

▲장=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90년대에는 파괴적이고 독선적인 것을 지양하고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학사회에서도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환영받지 못하는 등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대학생들의 사고가 점점 건설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김=학생들이 양심적인 기성세대와 협력할 수 있는 선에서 행동한다면 상당히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학창시절에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잘못 판단했던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사물을 판단하는데는 연륜과 경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혈기만으로는 잘못 판단할 때도 많습니다.

▲장=학생운동 뿐만 아니라 노사문제도 90년대에는 기대해 볼만 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주들도 근로자들의 요구를 알고 있고 근로자들도 지난해의 경제성장 좌절에 자신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무엇이든 갑자기 한꺼번에 이루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너무 급하고 심하게 반발했기 때문에 반동도 거셌던 것입니다.

▲장=장기적으로는 중국도 동구권처럼 돼갈 것입니다.

○희망의 새 시대로

▲김=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해나가자고 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너무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장=새해에는 좀더 나아져야 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해야지요.

▲김=그렇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이제 90년대가 밝은 것 아닙니까. 새로운 결의를 가지고 새 시대를 열어 가야 하는데 더 밝고 더 희망찬 시대를 열려면 더 나은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장=그렇다면 우리의 역량ㆍ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김=지난해에는 우리 경제가 좀 침체됐지만 나는 한국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생명력이 왕성하지요. 그것이 잘못 쓰이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힘을 잘만 합치면 큰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88년에 올림픽을 치른 것에서도 그 잠재력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좋은 지도자가 국민들의 역량을 생산적으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잘만해준다면 희망이 있습니다.

▲장=그 역할은 정치지도자들이 해야 할까요.

▲김=정치지도자들에게 갑자기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지도자들 대신 누군가 그 길잡이가 돼야 하는데 종교계나 언론계 또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층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장=사람들은 항상 무엇인가 바라는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힘,우리 자신의 능력 이상을 기대합니다. 나도 해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작년에는 뱀해니까 뱀처럼 지혜롭게 살아야겠다든가,올해는 말해니까 말처럼 힘차게 뛰어봐야 겠다든가 말입니다. 또한 말은 예로부터 좋은 소식을 갖고오는 동물이었으니 금년에도 좋은 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그렇습니다. 새해에는 한번 기대를 걸어봅시다.<정리=김수완ㆍ이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