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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방(기사)

[한겨레] 권위주의 정권 ‘우산’ 아래서수사관·검사·판사 ‘삼각사슬’

[한겨레] [탐사기획] ‘조작사건’ 책임자 사전 ① 재심 무죄 75건 해부
도대체 왜 이런 수사·재판이?


잘못된 수사·재판이 수십건 벌어진 데는 ‘경찰 등 사법경찰리-검사-판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재일동포 유학생 조일지씨의 간첩죄 혐의 사건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천대엽)는 2012년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결문에서 “양심이나 진실보다 조직의 이익과 권력의 유지를 우선시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위법·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박정희·전두환 정부 때 안기부 등 정보기관 요원들이 수시로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고 검찰과 법원의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 몇차례의 사법파동으로 원칙을 지키려는 판검사들은 인사 불이익을 받거나 퇴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찰·중앙정보부·안기부·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등 수사관들은 민주화운동을 친북활동으로 몰거나, 나아가 존재하지 않는 간첩 혐의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덮어씌웠다.

경찰·안기부·보안사 고문조작 
검·판사, 발견못했거나 적극 묵인 
피의자 부인땐 수사관 입회까지 
정보요원들 검찰·법원 들락거려


보안사의 ‘수사근원발굴공작’이 대표적이다. 보안사는 민간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지만 1970~1980년대에 걸쳐 한국에 온 재일동포 유학생에 대해 구체적인 범죄 정황이 없는데도 내사·수사를 진행했다. 이 중 일부에게 불법감금과 가혹행위를 한 뒤 허위자백을 받아 검찰에 넘겼다. 이번 취재 대상인 75건의 판결 중 재일동포 고문 조작 사건이 8건이다.

수사 지휘권과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사는 가혹행위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적극적으로 묵인했다. 과거 수사기록을 보면, 상당수 조작사건 수사기록에서 체포 일시와 구금 일시를 보면 불법구금된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으나 당시 검사들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자 고문 주체인 수사관을 조서 작성에 입회시킨 검사도 적지 않았다. 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고문 사실을 폭로하는데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판사도 있었다. 대법원은 판례로 도왔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검사 앞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지닌다는 대법원 판례가 조작사건 수사·재판이 반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