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팀장님과 면담을 하게 됐다. 10분가량 이어진 대화에서 팀장님은 많은 잔소리를 하셨고 요는 '작년보다 올해 더 열심히 하라'는 주문이었다. 회사는 바뀌어도 늘 비슷한 말을 듣게 된다. 들어도 들어도 적응 되지 않고 한 숨이 푹 쉬어지는 얘기. 하, 어렵다.
매년 초 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고민에 빠진다. 앞으로 1년, '회사에서의 나'와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나'의 비중을 각각 어느 정도씩 둘 것인가가 문제다. 그동안은 회사에서의 낮은 연차와 직급, 여러가지 사정으로 회사에 거의 올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렇다고 회사일은 아직까지는 나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소홀히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늘 바쁘다고 변명을 하며 미루기만 했던 나를 위한 다짐도 더 이상 깨뜨리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둘다 열심히, 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올해 균형감각을 잘 발휘하며 정말 바쁘게 지내야 할 것이다.
면담을 끝낸 오전 10시 반. 타자소리가 사무실을 채운다. 그중 1/50 정도는 나의 몫일 것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각자의 길을 간다.
사무실 모니터 구석구석,검은 텍스트로 회사의 어떤 것들에 대해 채워나가면서도 그동안 마음은 회사 안을 향해 가득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 또한 진심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달라져야 할 게 있다면 회사인으로서의 현실을 비관하기보단 현실에도, 꿈에도 양발 한짝씩 발을 온전히 붙일 것. 양쪽에서 볼장 다보고 때론 험한 꼴도 볼 것. 둘다 너무 편안하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일 거다.